대구를 벗어나 30분, 복잡한 도심이 주는 소음과 피로를 뒤로하고 도착한 곳은 영천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 우로지자연생태공원이었다. 입구부터 초록빛 나무들이 반기는 이곳은 마치 동화 속 요정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보랏빛 마법이 시작되는 메타세쿼이아 숲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100여 그루의 메타세쿼이아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고, 그 아래로는 보랏빛 맥문동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었다. 초록과 보라가 만들어내는 색의 조화는 현실이 아닌 환상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8월 말까지 절정을 이루는 맥문동 꽃길은 SNS에서 ‘인생샷 명소’로 이미 입소문이 난 곳이었다. 올해 다른 명소들의 맥문동이 전멸했다는 소식 속에서도 이곳만은 만발한 꽃들로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햇살이 나무 사이로 스며들어 보랏빛 꽃잎을 비추는 순간, 정말로 요정이 나타날 것만 같은 몽환적인 풍경이 완성되었다.

발끝으로 느끼는 자연, 황토 맨발걷기의 마법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세족장이 나타났고, 그곳에서부터 황톳길이 시작되었다. 왼쪽으로 500m, 오른쪽으로 430m, 총 930m의 맨발 걷기 코스는 부드러운 황토 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신발을 벗고 처음 황토를 밟았을 때의 그 포근한 감촉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편안함을 선사했다.
맨발로 걸을수록 발바닥에 자연이 스며들었다. 황토 한 숟가락에 2억 마리가 넘는 좋은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는 말이 새삼 실감났다. 걷는 속도를 늦추고 발끝의 감촉에 집중하니 오감이 깨어나고, 복잡했던 머릿속이 말끔히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숲속 곳곳에 마련된 운동기구와 벤치에서 잠시 쉬어가며, 나무 그늘 아래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는 여유도 누릴 수 있었다.

숨겨진 보석, 우로지 저수지의 고요한 아름다움
맨발 걷기를 마치고 우로지생태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50여 년 전 축조된 우로지 저수지는 마치 서울의 잠실호수를 닮은 듯 잔잔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곳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신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흐르는, 진정한 ‘숨겨진 명소’였다.
물가를 따라 조성된 약 2km의 둘레길은 평탄하게 잘 닦여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산책할 수 있었다. 저수지 위로 설치된 180m의 관찰 데크를 걸으며 수면에 비친 하늘을 바라보니, 일상의 무게가 자연스레 내려앉는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저녁이 되면 화려한 조명과 함께 음악분수가 춤을 추며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고 하니, 다음에는 야경을 보러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힐링 후의 완벽한 마무리, 근교 맛집 투어
우로지에서의 힐링을 마치고 나니 자연스럽게 배가 고파졌다. 영천은 한우와 포도로 유명한 지역답게 주변에 숨은 맛집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었다.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채운 후 맛있는 음식으로 미각까지 만족시키는 완벽한 하루를 계획할 수 있는 곳, 그것이 바로 우로지의 매력이었다.
대구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이런 요정의 숲이 숨어 있다니,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복잡한 일상에 지쳐 있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곳을 찾아보길 권한다. 보랏빛 맥문동이 수놓은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걷고, 부드러운 황토를 맨발로 밟으며, 고요한 저수지를 바라보는 시간. 그 속에서 진짜 나를 만나는 힐링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