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의집]”그 집은 진짜였다” <리틀포레스트>의 대구 군위 ‘혜원의 집’을 찾아서
네비게이션에 ‘미성1리 마을회관’을 찍었다.
구불구불한 시골길. 창밖으로 논과 밭이 번갈아 지나간다.
길동교를 건너니 작은 마을이 나왔다.
마을회관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장 한쪽에 발로 밟아서 작동하는 자판기가 있었다.
그 옆에 영화 포스터가 붙은 부스.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2018년 개봉. 벌써 몇 년 전인데, 여기선 아직 그 시간이 흐르고 있다.



혜원의 집은 마을 위쪽에 있다.
‘리틀 포레스트 →’ 표지판을 따라 올라갔다. 오르막이었다. 천천히.
언덕 끝에 그 집이 있었다.


영화 세트가 아니었다. 원래 여기 있던 집이다.
마당에 큰 나무가 서 있고, 툇마루가 있고, 장독대가 놓여 있다.
혜원이 팥칼국수를 끓이던 부엌, 밤을 삶던 화덕, 엄마가 떠나고 혼자 남겨진 방.

내부로 들어갔다.
나무 마루가 삐걱거렸다.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왔다.
영화에서 봤던 그 빛이었다.
혜원이 이 방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봤겠구나.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그냥 여기 있었겠구나.




마당에 벤치가 있었다.

앉았다.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바람 소리, 새 소리. 그게 전부였다.
영화에서 혜원은 서울에서 도망쳐 이 집에 왔다.
취업에 실패하고, 사람에 실패하고, 삶이 막막해서.
그런데 여기서 밥을 짓고, 채소를 키우고, 계절이 바뀌는 걸 보면서 알게 됐다.
도망친 게 아니라 돌아온 거였다는 걸.
집 앞에 포토존이 있었다.

영화 속 혜원과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 나도 한 장 찍었다. 멀리 바라보는 척. 찍고 나서 웃었다. 나도 뭔가에서 도망쳐온 건지, 돌아온 건지.
내려오는 길,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골목골목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혜원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 밭에서 채소를 캐는 모습, 걸어가는 뒷 모습. 담벼락마다 영화의 한 장면. 벽화 앞에서 또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작은 마을이었다. 금방 다 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 머물고 싶었다.
이 집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기 있다.
관광지가 됐지만, 이상하게 관광지 같지 않다. 꾸며진 게 없어서 그런가.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집, 원래 이 마을에 살던 풍경. 영화는 그걸 빌려 쓴 것뿐이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혜원이 스스로에게 했던 말. 이 집 마당에 앉아 있으면 그 말이 진짜가 된다.
혜원의 집 방문 정보
- 주소 대구 군위군 우보면 미성5길 58-1
네비게이션 ‘미성1리 마을회관’ 검색 - 입장료 무료
- 주차 마을회관 앞 무료 주차장
- 추천 동선 주차장 → 언덕 위 촬영지 → 포토존 → 마을 벽화 한 바퀴
- 소요 시간 40분~1시간
요닷은 경북의 숨은 공간과 사람을 발견합니다.